기적은 우리가 실천하는 드라마
당신을 잘 되게 하는 ‘유스타 미디어’ 박상균 대표

‘기시감’이란 게 있다.

지금 이 순간을 과거에 꼭 겪었던 듯한 기억. 착각이라기엔 너무나 또렷한 이미지말이다. 놀라운 건, 그 이미지의 특정한 퍼즐 조각이 예전에도 지금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치 다시 만날 운명이었던 것처럼.

살다보면 우린 이처럼 기막힌 우연도 만나고, 귀신에 홀린 듯한 일도 겪는다. 또 흔히 ‘기적’이라고 하는 일도, 듣고 체험한다. 예를 들어 말기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환자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요양과 식이요법으로 자연 치유했다는 뉴스 같은 것 말이다.

기적은 종교와 신화에 자주 등장하지만, 비단 신적인 영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였다는 기적)은 군중을 이루는 개인 하나하나가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내어 나눔으로써 가능했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고보면 기적이란, 인간의 정신과 염원이 빚어내는 한 편의 ‘드라마의 완성’인지도 모른다.

‘유스타 미디어’(Youstar Media)의 박상균(45) 대표는 그 드라마를 발현해가는 주인공이다. 그는 “나눔은 전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년간 6회째 ‘기적 콘서트’(Miracle Concert)를 열어 골수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급성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스러져가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생판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일치된 골수를 받아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박 대표는 그 실제 이야기를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상에 전달한다.

자칫 ‘자기 돈 박기 십상인’ 이 일을 그는 왜 자처하는 걸까. 어떤 드라마를 완성하고 싶은 걸까.

# 뮤지션에서 증권맨으로

71년생인 박 대표의 경력은 특이하다.

어릴 때부터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던 그의 롤모델은 가수 유재하였다.

재수시절 만난 뮤지션 유희열의 권유로 94년 ‘토이’ 1집에 객원보컬로 참여했고, 연세대 정외과 재학중이던 96년 강변가요제에 ‘그쵸’라는 자작곡으로 참가해 금상을 수상했다.

고교 선배인 가수 김현철과 작곡가 유정연을 따라다니며 프로듀싱을 배웠고, IMF 직후인 98년 생애 첫 앨범인 ‘박상균 1집’을 냈으나 폭망했다. “대학 시절인데 이 때 벌써 사업 실패한 느낌이 들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졸업 후 프로젝트 그룹 앨범 ‘파크(Pa:rk) 1집’을 냈으나, 역시 망했다.

좌절한 그는 완전히 방향을 바꿔 ‘LG투자증권’에 입사, 때마침 태동한 엔터테인먼트 주식 매매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브로커 실적 1위에 오르는 등, 잘 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방만하게 투자한 그의 주식은 2001년 터진 뉴욕발 9.11 테러 탓에 휴지조각이 되었고, 그는 단돈 7000원을 들고 2002년 미국 LA로 건너왔다. 롤러코스터의 정점에서 수직 추락한 것이다.

# 기적 콘서트, 태동하다

박 대표가 ‘아시안 골수기증협회(A3M)’를 알게 된 것은 LA의 한 라디오 언론사에서 보도기자로 일할 때였다.

생후 4개월 된 세 쌍둥이의 엄마가 희귀 유전병을 앓는 딸과 일치하는 골수를 애타게 찾고 있다며 언론사를 찾아왔다. 그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으나, 결국 100% 일치하는 골수를 찾지 못한 채 반일치 골수로 이식수술을 한 4개월 여아는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골수 기증자가 많을 수록 일치하는 골수를 찾을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12월 한인타운의 마당몰에서 캠페인 성격의 공연을 기획했다. 지금의 ‘기적 콘서트’의 모태가 된 셈이다.

2014년 8월 그는 한국의 가수 장혜진을 초청, 제 1회 ‘기적 콘서트’를 개최했다. 노래 ‘내게로(작곡 유정연 / 작사 박창학 / 원곡가수 장혜진)’의 영어 리메이크송 ‘You gave me back tomorrow’로 골수 기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연이었다.

그는 또 대학시절 맺은 가요계 인맥을 총동원해 김현철, 장혜진, 김조한, ‘빅 마마’의 신연아, 조동희, 고유진, 더필름, 최원석, 이희중, 임선호, 기타리스트 타미 김, 편곡자 조현석 등 뮤지션 20여명이 참여한 뮤직비디오(“For curing leukemia: You gave me back tomorrow”)도 제작했다. 출연진 전원이 무료로 재능기부하고, 수익금 전액을 ‘아시안 골수 기증협회’에 기증하기로 한 협업이었다.

한편 세계적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 이 곡의 솔로버전 또한 완성이 임박했다는 귀띔이다.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 기적

“누구나 그렇듯, 극적인 비극은 나한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급성 백혈병은 단 5일만에도 생기더군요. 5일 전에 한 모든 피검사 결과가 정상인데, 5일후 제가 급성 백혈병이라는 거에요. 사람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거죠. 저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요. 그러나 방법은 있어요. 골수를 나눔으로써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거에요. 기적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이 뮤직비디오의 엔딩에 나온 이부현씨의 말이다. 그녀는 생면부지의 50대 독일 남성으로부터 일치된 골수를 기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여러 기증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또 이렇게 말한다. “골수 기증은 단순히 선행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 당신이 스타

박 대표는 2014년 1회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7년 현재까지 6회째 지속해오고 있다.

그간 장혜진, 하동균, 이정, 유리상자, 이세준, 김광진, 김형중, 존 추 등의 가수와 기타리스트 김지희, 탱고 바이올리니스트 유정연, 피아니스트 써니 최 등이 초청됐고, 박 대표 본인도 출연했다. 올해 6월 9일 열리는 제 6회 콘서트에는 ‘빅마마’의 신연아와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가 출연할 예정이다.

“3년간 콘서트와 홍보 영상,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기적 콘서트’의 취지가 알려지면서 새로운 골수 기증 등록자가 2000여명 가까이 꾸준히 늘었다”고 그는 전한다.

처음 라디오 기자로서 백혈병 사연을 보도한 이후 그는 TV, 신문, 잡지 등 LA의 여러 언론사를 거친 뒤 2010년 ‘유스타 미디어’(Youstar Media)를 설립했다.

왜 ‘유스타’인지 궁금했다. 기자가 뜻을 묻자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유스타는 당신을(you) 스타(star)로 만들어준다는 뜻이에요. 저로 인해서 남이 높아지는 게 좋아요. 제가 잘 되고 싶었으면 ‘미(me)스타’로 했을 텐데요. 나는 안 되더라도(?) 남을 잘 되게 하는, 전 그런 운명인 것 같아요.(웃음)”

# 오병이어

‘기적 콘서트’의 슬로건은 “나눔은 전파”라는 것이다.

내가 옆 사람에게 내 것을 나누어주면, 옆 사람도 남에게 그의 것을 나눈다. 그게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나눔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하다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습니다. ‘기적 콘서트’에 선뜻 출연해준 뮤지션들, 새로운 골수 기증 등록자들이 그런 경우죠. 그런데 신기한 게 있어요. 제가 지금 살면서 어떤 일을 겪는데, 오래 전에 경험한 장면과 아주 흡사한 거에요. 그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지금 저에게 도움을 주는 분이 수년 전에도 저와 가까이 있었더라고요. 마치 퍼즐 조각처럼 그는 이미 제 인생의 한 부분이었던거에요. 제가 몰랐을 뿐이죠.”

기시감이 발견한 인연. 그 풍경에 등장한 박 대표의 퍼즐 조각들은 서서히 맞춰지고 있다.

그리고 그 퍼즐이 하나의 그림으로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그가 기획한 드라마, ‘기적’은 하나 둘 실현 중이다.

<글: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