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필자가 선데이저널 근무당시인 2011년 작성했던 기사를 재구성해 올린 것을 밝힙니다.

‘효성게이트 꿈틀’… 2012년 전격사임 유영환 상무가 키맨

닮은꼴 재융자 통한 돈세탁 의혹
모든 거래흐름, 재융자 은행인 ‘한미은행’에 비밀 담겨있어

2004년 뉴포트코스트 소재 초호화콘도 소유권 이전
2010년 브레아 소재 ‘효성 아메리카 LA지사’ 건물 소유권 이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이 저지른 비리 혐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놓고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기사화한 대로 MB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효성그룹을 둘러싼 ‘해외비자금 조성의혹’의 주요 핵심사안들을 모두 빗겨간 ‘면죄부’성 판결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효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의 몸체로 지목되어 온 미주법인 ‘효성아메리카 LA지사(브레아 소재)’가 개입돼 그룹의 실세인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매입한 450만 달러짜리 뉴포트코스트 대저택 매입의혹이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를 놓고 겹사돈 관계로 얽히고 설켜있는 ‘전두환-이명박-효성그룹’ 간의 삼각관계가 핵심 키포인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균 기자 spark@youstarmedia.com

▲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4일 회사 자금을 빼돌려 미국에서 두 채의 콘도를 사들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등으로 기소된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 7,750만원을 선고했다.

결국 조 사장에게 유리한 일부 혐의만 축소해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셈이고, 추징금으로 부과된 약 9억여 원은 그가 부동산 매매를 통해 취득한 시세차익에도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 최근 탐사 취재과정에서 뒤늦게나마 조 사장의 수상한 소유권 이전행위와 거래흔적을 발견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부동산 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효성 아메리카의 LA지사 주소지인 ‘910 Columbia St’의 소유주가 과거에는 주소지 명칭을 딴 ‘910 Columbia LLC’였는데, 지난해 4월 2일 부로 ‘WSR 569 LLC’로 명의가 바뀌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것.

해당 부동산의 과거 세부내역 거래서를 살펴보니 미심쩍은 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효성그룹 미주법인 효성 아메리카 LA지사의 돈세탁 의혹, 진실은 무엇일까.

효성그룹의 미주 법인 ‘효성 아메리카’ LA지사가 상주해 있는 오렌지카운티 브레아 소재 한 건물. 이 건물의 주소는 ‘910 컬럼비아 스트리트’로 거리이름과 유사한 ‘910 컬럼비아 LLC’가 오랜 기간 소유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소유주 명칭변경과 함께 재융자가 이뤄졌다.

긴급 인수해 확인한 해당 주소지 상세거래 내역서를 보면 지난해 4월 2일 부로 ‘910 컬럼비아 LLC’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미은행을 통해 129만 5천 달러의 재융자를 받은 뒤 소유권이 ‘WSR 569 LLC’로 넘어갔다.

이처럼 주소지 명칭을 본 딴 전 소유주 ‘910 컬럼비아 LLC’가 사실상 효성 아메리카의 부동산 관리법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소유권을 확보한 WSR 569 LLC 또한 비슷한 맥락의 회사로 추정된다.

한가지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왜 굳이 이 같은 소유권 이전을 뒤늦게 꾀했을까라는 의문과 129만 5천 달러라는 재융자 금액의 사용처다.

효성그룹과 조현준 사장의 뉴포트코스트 저택매입과 샌디에이고 인근 란초 발렌시아 콘도 2채 지분 매입에 대한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2009년 10월경.

2009년 한국 국정감사에서까지 효성 해외비자금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는 등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는 사안으로 전개되자, 비자금 의혹의 몸체로 지목 받은 효성 아메리카 내부적으로 수습책 마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효성 아메리카 LA지사 법인은 “모기업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의 해외비자금 관리창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변화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효성그룹 비자금 창구

세간에 밝혀진 조현준 사장의 문어발식 미주 부동산 매입과정을 훑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펠리칸 포인트 프라퍼티’라는 법인체와의 연결고리다. 특히 이 법인의 관리 주소지는 바로 효성 아메리카 LA지사, 그리고 그 법인의 대행인은 유영환 상무라는 한 인물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삼각함수 관계를 띄고 있다.

이처럼 조현준 사장의 미주 부동산 거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영환 상무(세간에는 Y모 상무로 알려짐)’는 일찌감치 귀국한 상태로 모든 등기 명의에서도 이미 그 이름과 흔적이 삭제된 상태임을 밝혀둔다.

효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효성그룹이 조석래 회장 시절부터 믿을만한 주요 임원진 및 직원의 명의를 빌리는 등 비자금을 교묘하게 분산해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사실은 효성그룹 내부 임원진이라면 그저 쉬쉬할 뿐이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조현준 사장의 뉴포트코스트 저택매입 과정과 샌디에고 인근 란초 발렌시아 콘도 지분 매입 등 몇 건의 부동산 매매과정을 보면 이 같은 공통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유다.

부에나 팍 소재 ‘사간’ 식당


▲ 오렌지카운티 부에나 팍 소재 유명 레스토랑인 사간이 주류통제국(ABC)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유영환 LA지사장, 그리고 소유주 아스카홀딩스와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유사한 형태의 또 하나의 거래흔적이 눈길을 끈다. 바로 부에나 팍 ‘7801 Beach Blvd. 선상에 위치한 고급 한식 레스토랑 ‘사간(Sagan)’ 식당의 매입과정이다.

사간은 LA에서 약 30마일 떨어진 오렌지카운티 부에나 팍 비치 블루버드 한 복판에 위치한 유명 한식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명소다.

그런데 사간은 설립 초기 때부터 로컬 한인사회에서 ‘유명 재력가 혹은 정치인의 숨겨놓은 재산’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이후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의 개입설이 확인되면서 그 풍문이 사실화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이석현 의원은 지난 2009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한식당 ‘사간’에 대해 거침없는 폭로전을 펼쳐 주목을 끈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사간의 소유주가 아스카 홀딩스인데 그 관리인으로 유영환 상무와 조현준 사장의 이름이 함께 등재돼 있는 1장의 서류를 공개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사간이 가주 주류통제국(ABC)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유영환 상무와 조현준 사장의 이름이 나란히 등재시킨 사실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되짚어봐야 할 주요 시점이 있다.

2003년 초 조현준 사장이 매입했던 뉴포트코스트 소재 450만 달러짜리 저택. 이 저택은 매입과 동시에 주소지 이름을 본 딴 ‘펠리칸 포인트 프라퍼티’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사실은 앞서 수차례 언급했다.


▲ 긴급입수한 부동산 세부 거래내역서를 보면 지난 2004년 7월 20일과 21일 하루차이를 두고 뉴포트코스트 저택(아래)과 미주법인 부동산(위)을 담보로 140만 달러의 재융자가 동시에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4년 7월 20일 문제의 뉴포트코스트 저택을 담보로 한미은행에서 140만 달러 거액의 재융자가 일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이어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7월 21일 효성그룹 미주법인 LA지사 부동산을 담보로 같은 금액인 140만 달러를 역시 한미은행으로부터 재융자가 이뤄진다.

이는 그간 조현준 사장이 줄곧 법정에서 꾸준히 주장한 “회사자금을 대여했다가 갚았다”는 내용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거래기록을 보면 눈속임용 거래가 이뤄진 정황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이는 사실상 자신의 소유인 뉴포트코스트 저택에서 140만 달러를 재융자해 회사 돈을 갚은 모양새를 갖춘 뒤 다시 하루 만에 회사법인 명의 건물을 담보로 똑 같은 금액을 되돌려 받은 셈으로 볼 수 있다.

“면죄부 결국 부메랑 된다”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에게 ‘유전무죄’로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졌다.

이로써 조 사장은 집행유예 2년이라는 관대한 처벌에 추징금 9억 7,750만원을 홀가분하게 납부하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의 자제이자 향후 경제계를 이끌어나가야 할 차세대 경제인의 부도덕한 해외재산 은닉이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이 나고 말았다는 점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MB정부 들어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문제는 최대 이슈이자 논란거리였다. 그런데 명백한 증거와 그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노출됐음에도, 심지어 ‘늑장수사’라는 멍에를 둘러써가면서까지 대한민국 검찰과 재판부는 철저히 이를 외면했다.

조현준 사장의 해외 재산은닉 과정에서 해외법인을 동원해 치밀한 돈세탁을 거친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효성일가는 태연하게 재산을 축적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 재판부 등은 앞으로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케이스와 유사한 형태의 그 어떤 돈세탁 과정에 대해 그 어떤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명분과 기준점 모두를 잃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